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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느긋하게 씻고 나오면, 비로소 단둘이서 도란도란 이야기할 시간이 생겼다. 침대 옆의 창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을 같이 보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함께 되새겼다. 그러니까, 오늘은 처음으로 같이 놀이공원에 갔었지. 살면서 처음이라는 말을 하자 오늘은 진짜로 바짝 놀자며 네가 저를 이끌었었다. 무서운 것도 재밌었고, 식사도 맛있었고, 기념품도 이것저것 사서 둘이서 너는 강아지 머리띠, 나는 고양이 머리띠. 어쩌다 보니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돼서 당황하는 너를 흥미롭게 지켜본 기억도 있었다. 웃고 떠들다 보면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정경이 있었다. 놀이공원 1층의 한가운데, 크고 화려하면서도 아이들의 동심을 자극할 법한 모습을 하고 있던, 회전목마.

  유달리 아름다운 곳에서, 유달리 마음에 들어온 너와 함께. 누군가에겐 유치하기 짝이 없을지도 모르는 그 놀이기구에서의 시간이 제겐 유독 꿈처럼 깊고 길었다. 발 끝에서부터 다시 말랑한 기분이 찾아왔다. 그러나 저는 더 참지 않기로 했으니까. 다리를 접어 안고 무릎에 턱을 괸 채 너를 바라보았다. 달빛은 분명 햇살보다 흐릴 텐데도 네 이목구비며 또렷한 자안이며,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와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로빈. 있잖아."

  "응."

  "네가 예전에 해 줬던 말, 기억해?...네가 내 작품이 되어 주겠다던 거."

  "아. 으응. 기억하지. 그건 왜?"

  "내가 생각해 봤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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