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눈을 감았다. 세상은 모두 하나하나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저는 늘 꿋꿋하게 감상자이기만을 택했다. 미세하게나마 감정의 질을 느낀 뒤엔 망가뜨리고, 다시 새 작품을 찾고, 다시 제 마음껏 기워 망가뜨리고. 하지만 되풀이되는 이 과정에도 슬슬 저는 신물이 나나 보다. 또한 눈앞의 사람은, 이미 자신이 손댈 수 있는 선을 아득히 넘어선 지 오래다. 이젠 오히려 자신이 너라는 작품에 의해 잠식당했다. 곧 이는 사물과 사람 사이라 할 수 없으니,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