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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이 가득 차오른 밤, 채광을 듬뿍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창가로 은은한 빛들이 쏟아졌다. 하루 온종일 노느라 지쳤을 법도 하건만 기분은 여전히 하늘을 날듯 붕 떠 있었다. 어쩌면 오늘도 일찍 자기는 글렀을지도 모르지. 네가 씻느라 아직 자리에 없는 동안 어둑한 방에서 달을 벗삼은 채 핸드폰에 고스란히 남은 기록들을 넘겨보았다.

  너와 함께 찍은 사진, 너와 하기로 했던 약속들이 가득 담긴 캘린더, 지난 몇 달간 서로 나눴던 메세지들까지. 작은 추억들이 눈처럼 쌓여가는 것을 볼 때면, 제아무리 감정을 모르는 저라도 애틋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진에서의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특유의 잔망스런 웃음을 잊고 포근하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옆에는 정반대로 날이 갈수록 애교가 늘어가는 네가 있었다. 기록이나 추억을 한 번도 소중히 여겨본 적이 없었기에, 메피스토에서의 일과 더불어 너와 손을 잡고 거닐었던 시간들 하나하나가 다 보석처럼 빛나는 것 같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것들을 어째서 그동안 몰랐을까. 자의로든 타의로든 외톨이로 살면서, 남들은 흔히 누리는 것들을 정말 하나도 못 누리고 살았구나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의 인생이 불쌍하다는 생각은 함부로 하지 않기로 했다. 애초에 제 자존심 때문에라도 그러기 싫지만, 그보다 더 이전에, 아마 네가 알았다간 속상하다 소리를 들을 게 뻔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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